1.아무것도 못 했다는 하루를 막아준 단 1분

유난히 바쁜 날이 있다. 해야 할 일은 끝없이 밀려 있고, 계획했던 것들은 하나도 손대지 못한 채 하루가 흘러가 버린 날. 그런 날의 공통점은, 밤이 되면 오늘 나는 뭘 했지?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내가 선택해서 한 일은 거의 없었다는 허탈감이 남는다. 예전의 나는 이런 날을 자주 ‘망한 하루’라고 불렀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하루를 망하게 만드는 건 바쁨 자체가 아니라, 내가 하루를 통제했다고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전혀 없다는 점이라는 걸. 그래서 찾게 된 게 1분 루틴이었다. 이름 그대로, 하루 중 단 1분이면 충분한 루틴. 바빠도, 지쳐도, 핑계를 대기 어려운 최소한의 시간이었다.
내가 정한 1분 루틴은 아주 단순했다. 하루가 끝나기 전, 숨을 고르고 오늘 하루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 노트에 적어도 되고, 머릿속으로만 해도 됐다. 중요한 건 오늘이 그냥 지나가지 않았다는 표시를 남기는 일이었다. 처음엔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고작 1분으로 하루가 달라질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1분은 하루의 평가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아무것도 못 했다고 느꼈던 날에도, 그래도 이 1분은 내가 선택했다는 사실이 남았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하루는 실패가 아닌 정리된 하루가 되었다. 1분 루틴은 생산성을 높여주지는 않았지만, 나를 무너뜨리지 않게 지켜주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 역할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했다.
2.작을수록 강한 루틴이 된 이유
1분 루틴이 오래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했다. 너무 작아서 포기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루틴을 만들 때 의욕이 앞서서 크게 시작한다. 하루 30분 운동, 매일 아침 독서, 꾸준한 기록 같은 것들. 하지만 바쁜 일상이 계속되면, 이 루틴들은 어느 순간 부담으로 변한다. 지키지 못한 날이 생기면 죄책감이 쌓이고, 결국 루틴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반면 1분 루틴은 실패라는 개념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정말 시간이 없으면 화장실 가는 순간에도 할 수 있었고, 누워서 눈을 감은 채로도 가능했다. 이 접근성은 루틴을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선택으로 만들어주었다. 선택의 문턱이 낮아지니, 자연스럽게 반복이 가능해졌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이 루틴이 나에게 완벽함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루를 잘 살았는지, 목표에 가까워졌는지 따지지 않았다. 그냥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를 바라보는 시간일 뿐이었다. 그 덕분에 1분 루틴은 평가가 아닌 관찰의 시간이 되었고, 관찰은 나를 비난하지 않았다.
이 작은 루틴은 점점 다른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하루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데 익숙해지자, 감정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고, 반복되는 패턴도 눈에 띄었다. 어떤 날은 유난히 지쳤고, 어떤 날은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았다. 이 모든 건 1분 루틴 덕분에 발견한 변화였다. 작았기 때문에 가능했고, 작았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었다.
3.1분이 쌓여 삶의 태도를 바꾸다
1분 루틴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시간 관리나 생산성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였다. 이전의 나는 하루를 결과 중심으로 바라봤다. 무엇을 이루었는지, 얼마나 해냈는지가 하루의 가치를 결정했다. 하지만 1분 루틴을 시작한 이후로는, 하루의 가치를 내가 나를 챙겼는지로 판단하게 되었다.
아무리 바쁜 날에도, 아무리 정신없는 하루에도, 1분만큼은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이 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큰 안정감을 주었다. 이 안정감은 다음 날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었고, 스스로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다. 나는 최소한 나를 완전히 놓아버리지는 않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이 믿음은 다른 습관에도 영향을 미쳤다. 1분 루틴이 자연스러워지자, 3분 루틴, 5분 루틴도 시도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시간의 길이가 아니었다. 핵심은 어떤 상황에서도 돌아올 수 있는 기준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1분 루틴은 그 기준점 역할을 했다.
지금도 나는 바쁜 날이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오늘은 1분만 해도 충분해. 이 말은 포기가 아니라, 지속을 위한 선택이다. 삶이 아무리 복잡해져도, 이 1분만큼은 지킬 수 있다는 감각. 그것이 내가 바쁜 일상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게 서 있을 수 있는 이유다. 1분은 작지만, 그 힘은 결코 작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