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아무것도 바꾸지 못할 것 같았던 아침, 단 7분을 비워두다

아침은 늘 비슷했다. 눈을 뜨자마자 알람을 끄고, 반쯤 감긴 눈으로 휴대폰을 집어 들고, 밤새 쌓인 알림과 메시지를 훑어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 짧은 몇 분 사이에 이미 마음은 분주해졌고, 아직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도 하루치 에너지를 미리 소모한 느낌이 들었다. 그 상태로 씻고, 옷을 입고, 집을 나서면 하루는 이미 쫓기는 분위기로 출발했다.
그래서 아침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명상, 운동, 독서처럼 흔히 추천되는 아침 루틴들은 나에게 너무 거창하게 느껴졌다. 매일 꾸준히 하기엔 부담이 컸고, 몇 번 시도하다가 금방 포기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아침을 바꾸려 하지 말고, 아침에 딱 7분만 따로 떼어두면 어떨까?
7분은 애매한 시간이다. 무언가를 제대로 하기엔 부족하고, 그렇다고 무시하기엔 분명 존재감이 있다. 바로 그 애매함이 마음에 들었다. 실패해도 부담 없고, 성공해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날부터 알람을 7분 일찍 맞췄다. 대신 그 7분 동안은 휴대폰을 보지 않기로 했다. 딱 그것 하나만 정했다.
첫날의 느낌은 솔직히 특별하지 않았다. 의자에 앉아 멍하니 숨을 고르고, 오늘 해야 할 일을 머릿속으로 떠올려봤다. 대단한 깨달음도, 극적인 변화도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차이는 있었다. 하루를 ‘받아들이는 느낌’이 아니라, 내가 먼저 맞이하는 느낌으로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그 작은 차이가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2.7분이 만든 감정의 여유, 하루의 결이 달라지다
아침 7분 루틴을 며칠간 이어가면서 가장 먼저 느낀 변화는 감정의 속도였다. 이전에는 하루가 시작되기도 전에 마음이 앞질러 달리고 있었다면, 7분을 가진 아침 이후에는 감정이 한 박자 느리게 움직였다. 그 느림이 게으름이 아니라, 여유라는 점이 중요했다.
7분 동안 나는 특별한 걸 하지 않았다. 창문을 열고 바깥 공기를 잠시 느끼거나, 따뜻한 물을 한 컵 마시거나, 전날 적어둔 메모를 다시 읽었다. 이 단순한 행동들은 감정을 안정시키는 신호처럼 작용했다. 지금 당장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스스로에게 보내는 시간이었다.
이 변화는 하루 곳곳에서 드러났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갑작스러운 지연 안내가 나와도, 예전처럼 바로 짜증이 치밀지 않았다. 아, 이런 날도 있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업무 중 예상치 못한 수정 요청이 들어와도,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해야 할 일의 순서를 다시 정리하게 되었다. 아침의 7분이 하루 전체의 기준 온도를 낮춰준 셈이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실수에 대한 태도였다. 이전에는 아침부터 꼬이면 하루 전체가 망한 것처럼 느껴졌는데, 7분 루틴을 가진 이후에는 하루가 하나의 긴 흐름처럼 느껴졌다. 아침의 작은 안정감이 이후에 만회할 수 있다는 감각을 만들어줬다. 하루를 단일한 사건이 아니라, 여러 구간으로 나누어 바라보게 된 것이다.
결국 이 루틴이 만든 변화는 생산성이나 성취보다도 분위기였다. 하루를 대하는 나의 태도가 달라졌고, 그 태도가 하루의 표정을 바꿨다. 7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이렇게까지 영향을 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3.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루틴이 오래 남았다
아침 7분 루틴이 계속 유지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 루틴이 나를 평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명상처럼 집중을 잘했는지,
운동처럼 제대로 했는지를 따질 필요가 없었다. 그저 7분을 나에게 내어줬다는 사실 자체가 루틴의 완성이었다.
물론 실패한 날도 있었다. 늦잠을 잔 날, 급한 일정이 있는 날에는 7분을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실패가 루틴을 망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이 루틴은 매일 완벽하게가 아니라 가능한 날에 다시 돌아오기’를 전제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다시 7분을 가지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루틴은 이어졌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루틴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루틴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훈련이 아니라, 나를 덜 흔들리게 하기 위한 장치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침 7분은 하루를 통제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하루와 협상하는 시간에 가까웠다.
지금도 나는 아침마다 완벽하게 같은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어떤 날은 가만히 앉아 있고, 어떤 날은 간단한 메모를 하고, 어떤 날은 그냥 숨만 고른다. 하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나 자신을 먼저 만난다는 것. 그 만남이 하루의 분위기를 결정한다.아침 7분 루틴은 내 삶을 극적으로 바꾸지 않았다. 대신 하루를 대하는 태도를 조금 부드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조금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고 있다. 아마도 이 루틴은 앞으로도 형태를 바꾸며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짧지만, 그래서 더 강한 루틴으로.